11. 커피의 추출 성분
이전 글에서 커피를 분쇄하는 이유와 분쇄 품질이 커피의 향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봤다.
그라인딩을 통해 커피가 가진 성분들을 물에 녹여내어 음용하는 것이 주요 목적인데, 과연 어떠한 물질들이 추출되어 복합적인 향(Fragrance, Aroma)과 맛(Taste), 질감(Texture)을 나타내는 것일까?
커피에는 다양한 용해성 물질(Soluble)과 비용해성 물질(Insoluble)이 존재한다. 이 두 물질은 커피 내에 일반적으로 각각 7:3 정도의 비율로 존재한다. 비용해성 물질은 제외하고 용해성 물질 중에서 커피의 향미 발현에 좋은 영향을 주는 물질과 그렇지 않은 물질이 존재한다. 이는 각각 약 2:1의 비율로 존재한다. 맛있는 커피 한잔이 만들어지기 까지 향미 발현에 좋은 영향을 주는 물질들을 충분히 발현시키고 비교적 선택적으로 추출하기 위해 커피의 재배부터 가공, 로스팅, 그라인딩, 추출 등 전 과정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흐름을 갖는다. 커피의 용해성 물질은 크게 수용성 물질과 지용성 물질로 나누어진다. 이번 피드에서는 커피의 수용성 물질과 지용성 물질의 종류와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1.1 커피의 수용성 물질
커피를 로스팅하면 커피 내부의 조직은 이산화탄소와 가스들로 채워지면서 팽창이 진행되고 조직 내부에 수많은 용해성 물질들을 포함하게 된다. 원두를 갈아서 추출하게 되면 물이 용매가 되어 커피 내부에 존재하는 수용성 물질들을 용해한다. 커피가 가진 수용성 물질들은 다음과 같다.
1) 카페인(Caffeine): 카페인은 커피에 주로 존재하는 메틸 크산틴계(xanthine)의 각성 물질로 알칼로이드(Alkaloid)의 일종이다. 커피의 향미적 관점에서 일반적으로 카페인은 향이 없고, 커피의 쓴맛을 내는 주요 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독일의 뮌헨기술대 한 연구진은 커피의 쓴맛을 구성하는 주요 물질은 클로로젠산 락톤, 페닐린데인 등의 항산화물질이며 카페인이 쓴맛에 미치는 영향은 약 10%~15%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 클로로젠산(CGA, chlorogenic acid) : 클로로젠산은 커피의 항산화 및 생리 활성 물질로 많이 알려진 성분이다. 커피의 산미와 쓴맛, 떫은맛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클로로젠산은 카페인과 다르게 내열성이 약하기 때문에 로스팅이 강하게 진행될수록 분해되고 소실되며, 배전도가 약할수록 커피에 풍부하게 존재한다. 최근 산미가 있는 미디움 로스트 커피가 건강 분야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도 클로로젠산과 같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3) 산(Acids): 커피에는 커피의 향미를 구성하는 다양한 산(Acids)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산(Phosphoric acid), 퀸산(Quinic acid), 아세트산(Acetic acid), 말산(Malic acid), 구연산(Citric acid) 등이 존재하며 이 물질들은 커피의 밝은 산미와 과일 향 같은 느낌을 발현한다. 특히, 구연산의 영문 표기인 'citric'의 유래는 감귤류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citrus'에서 유래 되었다. 그러므로 감귤류 과일인 레몬이나 오렌지, 자몽 등의 청량하고 상큼한 맛과 새콤한 맛을 주로 발현한다.
4) 당류(Saccharide): 커피에는 수많은 종류의 당류가 존재한다. 크기가 작은 단당류(Monosaccharide)에서 다당류(Polysaccharides)까지 그 종류는 무수히 많다. 대표적으로 포도당(glucose), 자당(Sucrose), 과당(Fructose) 등의 당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커피의 당류는 대부분 로스팅 과정에서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킬 때 소진된다. 마이야르 반응에서는 환원당과 아미노 화합물들이 고온(섭씨 약 155도)에 반응하여 갈색을 띠는 멜라노이딘 색소를 생성하게 된다. 그러므로 로스팅이 강하게 진행될수록 커피의 당 성분은 점차 줄어들게 되며 갈변화 반응에 의해 원두의 색깔은 점차 갈색으로 바뀌게 된다.
5) 페놀(Phenols) : 페놀 화합물은 대체로 식물에서 많이 발견되는 2차 대사물질이다. 커피에 존재하는 페놀 성분으로는 과육에는 축합형 탄닌, 커피 생두에는 하이드록시신남산, 에스테르화된 퀸산 등의 형태로 존재한다. 사실 이들을 총체적으로 클로로젠산으로 통칭하며 크게는 페놀산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로스팅이 진행됨에 따라 클로로젠산이 분해되며 페놀 유도체로 전변되고 락톤과 같은 휘발성 페놀 성분이 증가한다. 페놀 화합물은 항바이러스, 간 기능 증진, 항산화, 항염 등 건강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11.2 커피의 지용성 물질
커피의 지용성 물질은 주로 오일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커피의 풍미와 향 그리고 바디감 등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마시는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 위에 얇게 뜨는 크레마가 바로 커피의 지질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커피가 가진 지용성 성분들은 다음과 같다.
1) 커피 오일 : 커피를 추출하면 지방산과 트라이글리세라이드와 같은 천연 지질 성분들이 침출된다. 이러한 오일 성분은 커피의 바디감(Body)에 영향을 주며, 커피를 마셨을 때 부드럽고 풍부한 질감을 준다. 또한 이 오일 성분은 방향족 화합물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커피의 향을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좀 더 세부적이고 대표적인 성분들을 아래에 함께 나열하고자 한다.
2) 카페스톨(Cafestol) : 카페스톨은 탄화수소의 일종으로 커피에 존재하는 디테르페노이드(Diterpenoid) 화합물의 일종이다. 디테르펜 성분은 탄화수소의 일종이며 대부분은 방향성 특성을 가진다. 항염, 항암, 항산화 간 건강 등 건강에 이로운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과하게 섭취 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기도 한다. 비교적 미디움 로스트 같은 약하게 볶아진 커피에 카페스톨의 함량이 높으며 강하게 로스팅할수록 카페스톨의 함량은 감소한다.
3) 카웨올(Kahweol) : 카웨올 또한 디테르페노이드 화합물로 커피의 지질 성분을 이루는 물질 중 하나이다. 커피 오일의 다른 성분들과 함께 전반적으로 커피의 향을 이루는 성분이기도 하다. 보통 카페스톨과 많이 언급되는 물질인데, 카페스톨-카웨올 복합체를 형성하여 잠재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기도 한다. 커피의 지질 성분은 보통 여과지를 통해 걸러질 수 있다. 페이퍼 필터를 통한 핸드드립 방식을 통해 이러한 지질 성분들을 상당 부분 걸러낼 수 있다.
4) 아로마 화합물(Aroma compounds) : 커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아로마 화합물은 지용성 성분이다. 이 성분들은 대체로 커피의 복합적인 향미를 발현하고 각 커피가 가진 독특하고 고유한 향을 나타낸다. 주로 곡물 향이나 토스티한 향을 나타내는 성분인 피라진(Pyrazines), 캐러멜이나 과일 향 발현에 기여하는 푸란(Furans),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또는 꽃 향을 발현하는 테르펜(Terpenes) 등의 물질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지용성 방향족 화합물은 커피의 추출 과정에서 다른 수용성 물질과 함께 커피의 복합적인 향미를 구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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